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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단추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고 쓴다
조금 우스운 이름은 하나 더 있다
선풍기의 얼굴인지 머리인지 한 가운데
나의 친구들 (my friends) 이라고 써있었는데
그게 잘 잊혀지지 않는다
어쨌든 단추야 고양이야 불러도
돌아보지 않는 저 친구는
어디에서든 자
고양이들은 어디에서든 자
나의 친구들이 해준 말이다
나는 그런 말을 좋아했다 말은 혼자 척척 걸어나가
만나서 안 될 것들을 만나고 돌아와서는
신발을 벗고 앉아 차가운 커피를 마시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었어? 내가 물어보면
말은
돌아가면 이야기 해줄게 부드럽게 웃고
그렇지만 너는 방금 막 도착했잖아 하고 대답하면
다시 한번 부드럽게 웃기 때문이다
그 얼굴 그 머리 한 가운데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다
말이 무언가로 부르자
단추 고양이는 잠에서 깨어나 그에게 다가간다
나는 구멍이 세 개정도 뚫려있는 단추를 떠올렸고 저 고양이는 빽빽해
빽빽한 털들을 가졌고 나는
마음 속으로 손을 뻗어 그를 쓰다듬고
선풍기 바람
왜 이들을 모아두고 싶었을까?
그럭저럭 모여든 이 친구들을
나는 나의 친구들 하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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