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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마음 바라보기
캐서린 맨스필드가 쓴 초록색 드레스가 나오는 단편 중에는 집에 방문한 의사의 가방을 보던 어떤 하녀가 그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 채로 그 가방이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장면이 있다
그건 점심시간마다 항상 열려 있는 문이 있고 절대 그곳으로 나가려 하지 않는 마음과 같은 것일까? 나는 우나에게 묻는다
문이 하나여도 길을 잃을 수 있다고 우나는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우나는 근면하고 의심이 많고 믿음이 많았다
나는 의심이 없고 믿음이 없나 그런 것처럼 아무렇게나
잘 걸어다녔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무거웠다 무엇이 들었나 그것을 알지 못한 채로
가방은 마음이 아니다
가방은 절벽이 아니다
마음은 절벽이 아니다
우나는 가방을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
그 사실이 마음에 들고
나는 우나의 가방이 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우나야 이런 마음을 가졌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해? 내가 묻자 우나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위에 놓인 빈 병의 개수를 센다 갑자기 세레나데 갑자기 펭귄 춤 갑자기 노래하고 실없이 웃는군..... *
김유림, <사랑하는 나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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