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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입구입니다

 당신은 여기에 서서, 왼편으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물 위를 지나가는 비행기를 보았다. 그것은 당신이 속한 학교 쪽을 향하고 있다. 왼편에는 틀림없이 학교가 있을 것이다. 왼편이 있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해 주는 것처럼 보인다. 폭발했다는 것을, 당신은 뉴스를 통해 접하게 될 것이다. 뉴스는 사망자 명단을 읊는다. 당신의 이름도 있다. 뉴스는 날씨를 말한다. “태양도 짙은 구름을 뚫고 나오고 있습니다. 태양처럼 나오는 게 아니라, 하늘에 모기만한 점처럼요.”* 당신은 어쩌면 조금 유령이 된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런 기분을 가지고 집으로 들어서서, 부엌에 있는 사람에게 기척을 내보라. 그럼 그는 당신이 있는 쪽을 쳐다볼 것이다. 어쩌면 이름이 불릴 수도 있다. 왜 이렇게 늦었냐고, 혹은 빨리 왔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리고 천천히 식사를 내어줄지도 모른다. 식사를 하는 와중에, 다리 사이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당신은 만지려고 손을 뻗을 것이다. 그것은 창밖에서 뻗어온 것이다. 모기만 하지는 않고, 그것보다는 크다. 당신은 그것을 고양이라고 착각하고 쓰다듬으려고 한다. 그 순간 늘 당신의 손을 피해 부드럽게 빠져나가던 고양이를 생각할 것이다. 그런 틈에 비행기도, 구름도, 햇빛도 당신의 다리 사이로 지나가 버린다. 당신은 어떤 패인 정서가 당신에게 남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쓰다듬어 볼 수도 있는 형태로. 

* 켈리 라이카트, <어떤 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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